대한민국은 의료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가 중 하나지만, 지역에 따라 건강에 대한 인식과 실천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검진 수검률, 병원 이용 방식, 건강 정보 접근 및 실천률은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뚜렷한 격차를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건강 인식을 비교하며, 그 차이의 배경과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1. 건강검진율, 숫자만 보면 지방이 앞선다
일반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이 건강검진율에서도 앞설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 통계는 다소 의외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건강검진 수검률은 오히려 일부 지방 광역시와 도 지역이 서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 울산, 충청남도 등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80% 이상으로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서울은 약 75% 내외, 경기도 일부 지역은 70% 초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지역 간 건강관리 접근성에 대한 인식 차이와 행정적 안내 시스템이 있습니다. 지방 보건소는 건강검진 대상자에게 직접 안내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주민 밀착형 건강홍보 활동을 자주 진행합니다. 농촌 지역의 경우 이장이나 마을회관을 통해 직접 안내하는 방식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죠. 반면 수도권은 병원 수와 선택지는 많지만, 정작 검진을 받지 못하고 미루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직장 중심 생활로 시간 여유가 부족하고
- 선택지가 너무 많아 결정이 어려우며
- 대형병원 선호 경향으로 인해 예약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
수도권 중장년층은 ‘나중에 종합검진으로 한 번에 받겠다’는 생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건너뛰는 경향도 많습니다. 반면 지방에서는 ‘있을 때 받자’, ‘무료니까 지금 받자’는 인식이 강하고, 커뮤니티 중심으로 검진 참여를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어 수검률이 높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인프라 자체의 양보다, 그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안내받는지가 실질적인 건강검진 참여율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병원 이용 방식, 수도권은 전문 중심·지방은 일상 중심
병원 이용 방식도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목적이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 진료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지방에서는 병원이 일상 속 건강관리를 위한 장소로 더 자주 활용됩니다. 서울·경기 지역 중장년층은 통증이나 의심 증상이 있을 때 큰 병원, 즉 대학병원이나 대형종합병원을 선호합니다. 이는 전문성과 신뢰도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인데, 이로 인해 예약을 잡기 어렵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 병원을 찾는 횟수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수도권은 진료과 선택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환자 입장에서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예약 자체를 미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병원 접근은 가능하지만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실제 이용은 낮아지는 역설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셈입니다. 반면 지방은 소규모 내과, 종합병원, 한의원 등 지역 밀착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병원을 보다 자주 방문합니다. 주민들과 의료진 간 유대가 형성되어 있어, ‘우리 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아프면 무조건 병원 가보자’는 자연스러운 접근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은 농촌 지역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교통편이 부족한 만큼 가까운 병원과의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조기 진단 및 지속적 관리 측면에서는 지방이 오히려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모바일 병원 차량,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도입하여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인구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수도권은 이러한 ‘찾아가는 의료’보다 ‘내가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구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건강 관심도, 정보는 수도권이 많고 실천은 지방이 앞선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실천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수도권은 정보 접근성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실천율은 지방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3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걷기 실천율, 금연률, 저염식 섭취 실천율 등 여러 항목에서 전북, 충북, 강원 일부 지역이 서울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걷기 실천율은 충청북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65% 이상, 서울은 50% 중반에 머무르는 수치가 발표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생활환경과 지역 프로그램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방은 자연과 인접한 주거환경, 공동체 중심 활동, 여유로운 일상 구조 덕분에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일상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또한 군청, 시청, 보건소 등에서 주기적으로 건강 캠페인, 요가 수업,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의 참여율도 높은 편입니다. 반면 수도권은 건강 관련 정보를 유튜브, SNS, 헬스 앱 등을 통해 빠르게 접하고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지만, 실제로 꾸준히 실천하는 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업무, 이동 시간, 스트레스, 회식 문화 등 건강 실천을 방해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안 가게 되는’ 이른바 자기합리화 소비가 수도권에서 더 흔하며, 이는 건강 관심이 소비 행태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건강 정보의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고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방과 수도권의 건강 인식은 단순한 병원 수, 정보 접근성, 생활 수준의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생활 습관과 커뮤니티 문화, 보건소 접근 방식 등이 건강검진 수검률과 병원 이용 패턴, 실천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수도권은 의료 선택권이 풍부하지만 실천이 부족하고, 지방은 자원이 제한적이지만 참여와 실천은 적극적입니다. 결국 건강관리는 지역의 자원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생활화할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사는 지역은 어떤가요? 정보를 넘어서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문화, 그것이 진짜 건강을 만드는 열쇠입니다.